우리가 일상에서 재미를 찾는 방법 오늘 우리는 어디로 흘러갈까요
- 고잉 하이라이트
- 취미를 찾아서 뜨개질과 바늘이야기 / 테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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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여름의 끝자락에 닿았습니다. 한국도 캐나다도 제법 가을 냄새가 납니다. 부지런히 흘러가는 시간과 함께 우리의 고잉물도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습니다. 10호까지만 해보자던 고잉물은 곧 20호가 될 것 같아요. 역시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건 마감 밖에 없음을 이렇게 또 깨닫네요. 처음 의도와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어디로든 멈추지 않고 흘러가고 있다는 게 중요한 거겠죠. 그럼 이번 호도 소소하게 흘러가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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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 리듬
오랜만에 다른 지역의 좋은 전시를 즐기고 왔습니다. 10월까지 진행되는 경남도립미술관의 ‘아카이브 리듬’인데요. 실험미술, 기념 미술, 리얼리즘 미술을 각 대표하는 이건용, 안규철, 방정아 작가의 작품과 기록으로 구성된 전시입니다. 좋아하는 작가, 관심 있던 작가, 들어본 작가들의 작품은 물론 알지 못했던 작품의 시작과 그 다양한 예술실험의 기록을 짜임새 있게 구성한 것이 재미있었던 전시였습니다. 이 전시는 20세기의 이후 현대미술이 전통 회화와 조각과 같은 장르의 해체, 오브제, 영상, 퍼포먼스, 설치, 개념 등 유형이 복합적으로 전개되는 격변의 과정에서 ‘동시대 미술관은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기록하고 전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전시라고 하는데요. 사실 전시에 함께한 세 작가는 작가의 메시지와 힌트가 없으면 난해해 보일 수(?) 있는 작품들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작가입니다. 하지만 ‘아카이브’에 대해 고민하고 답을 전시인 만큼 다른 전시에서 작가들의 작품을 만났을 때와는 달리, 함께 정리된 작가의 작가의 철학과, 작업 스타일, 해석, 작품을 전개하는 과정과 이야기를 전시 곳곳에 잘 정리하여 보여주고 있어 조금 더 작가와 작품에 가까워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모처럼 서울을 떠나 오랜만에 찾은 고향에서 재미있는 전시를 봐서인지 좋았기도 했고요. 수집과 정리의 과정에서 만나는 작품 그리고 ‘기록’이 또 다른 작품이 되는 경험이 되는 흥미로운 전시였습니다.
<아카이브 리듬> 2023년 10월 29일까지
경남 창원시 의창구 용지로 296 (월요일 휴무/ 오전 10시 ~ 오후 6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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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계속되어야 해
‘취미’를 주제로 정하고 보니, 최근 저희 아버지의 새로운 취미가 생각났습니다. ‘드론’ 자격증을 취득하고 매주 시간이 날 때면 다양한 스팟에서 드론을 날리고 풍경을 촬영하고 있으신데요. 가장 큰 목표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신 산 그리고 고향의 모습을 담아 가족과 공유하는 것이라고 하십니다. 오랜만에 집을 다녀왔더니 그 무더운 날에도 신나게 드론을 날리기 위해 나서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계속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잠시 생각했습니다. (물론, 드론 비행에 계속 불러내려 하셔서 싫은 소리를 잔뜩 한 딸 이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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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가게 삭스타즈
지난 호에서 제가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로 몇 몇 브랜드들의 웹사이트를 소개했던 것 기억하시나요? 최근 즐겨찾기에 추가된 웹사이트가 생겨 반가운 마음으로 소개해봅니다. 바로 양말가게 '삭스타즈'. 독특하지만 명확한 취향을 가진 사람을 위한 양말을 소개합니다. 한국 뿐만 아니라 일본, 미국,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등 전세계에서 온 귀엽고 멋진 양말을 만날 수 있죠. 제가 좋아하는 Journal 게시판도 있습니다. 영화, 책, 취미 등 직원들의 취향을 공유하고 관련 인물을 인터뷰하기도 합니다. 양말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죠. 양말 브랜드를 깊고 넓게 소개하는 디깅노트부터 양말에 진심인 점장님의 양말추천, 에디터의 책장 소개, 매달 컬러별로 소개하는 전단지 시리즈까지. 하나같이 유익하고 흥미롭습니다. 양말에도 글을 쓰는 일에도 모두가 진심이라는 게 느껴지는데요 가장 재미있게 읽은 콘텐츠는 만화책 <마라톤 1년차>를 소개하는 에디터 잎새님의 글 [여기]. 글을 읽자마자 내일은 당장 달리러 나가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오랜만에 만화책이 읽고 싶어졌습니다.(러닝화도 사고 싶어졌고요) 소소한 읽을 거리가 필요하거나 또는 멋진 양말이 필요하다면 양말가게 삭스타즈를 방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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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아름다움. OLD CAR SHOW
캐나다 빅토리아에는 올드카가 많습니다. 영화나 박물관에서나 볼법한 올드카를 도로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죠. 가보진 않았지만 올드카로 유명한 쿠바만큼 올드카와 매니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여름이 되면 섬 곳곳에서 올드카 쇼가 열리곤 하는데요. 지난 주말에는 그 중 한 곳에 다녀왔습니다. 평소 길에서만 마주쳐도 신기했던 자동차를 구석구석 살펴볼 수 있어 아주 설레었죠. 가까이서 본 올드카는 멀리서 볼 때보다 훨씬 귀엽고 아름다웠으며 새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깨끗하고 멋진 자동차가 우리 부모님 또래라는 게 믿기지 않았죠.(겨우 10년 된 우리 차 눈 감아,,) 다들 얼마나 애정을 갖고 관리하는지 차알못인 제가 봐도 알겠더라고요. 대부분의 올드카는 단순한 수집품이 아닌 오너들의 인생을 함께한 자동차들이었는데요 특히 사진 속 오렌지 색 자동차의 스토리가 인상깊었어요. 1975년 아빠와 함께 일해서 산 첫번째 자동차로 당시 열 다섯살이었던 오너는 이 자동차로 면허를 땃습니다. 이후 중고로 팔았고 2007년 빅토리아에 매물로 나온 걸 발견하여 비싼 값을 주고 다시 구매했습니다. 자신의 오리지널 자동차를 다시 가질 수 있는 건 결코 흔한 일도 아니고 가치를 매길 수도 없는 일이라고 하면서 말이죠. 긴 세월을 돌아 다시 처음 주인에게로 돌아온 자동차라니,, 너무 근사하지 않나요? 이 올드카 전시장에는 이런 이야기가 가득했는데요 시간(사실은 체력)이 부족해 다 둘러보지 못한 게 그저 아쉬울 뿐입니다. 내년에는 체력과 영어를 충분히 준비해서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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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취미가 무엇인가요? '취미'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면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해 하는 일' 또는 '감흥을 느끼어 마음을 당기는 멋'이라고 합니다. 오랫동안 해온 일이나 잘하는 일이 취미가 아닌 걸 알지만 취미를 본업처럼 하는 사람이 워낙 많다보니 웬만한 취미 생활은 명함도 못 내밀게 되는데요 취미의 사전적 정의를 떠올리며, 취미 만드는 게 취미인 두 편집자가 요즘 감흥을 느끼며 즐기기 위해 하고 있는 일들을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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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동 바늘이야기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11가길 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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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에서 종종 전했던 저의 새로운 취미 ‘뜨개질’입니다. 올해 3월, 버섯 만들기 코바늘 뜨개 클래스를 시작으로 머릿속을 비우고 싶을 땐 뜨개를 합니다. 뜨개를 하고 싶다는 마음의 시작은 정확하게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으나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여행을 떠나거나 또는 여행지에서 무언가 기억에 남을 만한 것을 만들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그렇게 버섯 키 링을 시작으로 가방, 모자, 작은 소품들을 하나둘씩 만들게 되었는데요. 무언가 남길 수 있는 취미라는 점에서 시작했지만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머릿속을 비우기에도 탁월한 취미였습니다. 아, 물론 뜨개에 무아지경이 돼서는 아니고 생각보다 체계적으로 해야 하는 일 이더라고요. 코 수를 세는 일, 그리고 올바르게 뜨개를 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보니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새로운 취미를 즐기는 과정에서 이전에는 미처 몰랐던 장소를 이제는 시간을 내어 방문하곤 합니다.
제 뜨개 생활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바늘 이야기’는 우리나라 손뜨개 시장의 1세대 격의 ‘송영예’ 대표가 시작한 브랜드입니다. 물론 지금은 ‘바늘이야기 김대리’로 그녀의 딸이 전개하는 젊은 감각의 이야기와 아이템으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요. 뜨개를 시작하니 이전에는 무심하게 지나던 곳도 다시 보였습니다. 바로, 연희동 ‘바늘이야기’ 매장인데요. 5층 규모의 일명, ‘뜨개 전문 복합문화 공간’인 이곳엔 스토어와 카페, 클래스와 오피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매번 놀랐던 것은 방문할 때마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뜨개인이 많았단 말이야? 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는 것인데요.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뜨개 하면 나이 지긋한 이미지를 떠올리곤 했는데 20대에서 30대의 사람들이 가득하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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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실은 물론, 바늘, 부자재 그리고 바늘이야기에서 만든 도안 세트 등 다양한 아이템을 구경할 수 있는 개미지옥 같은 곳입니다. 최근엔 자투리 실을 활용해 다양한 소품을 만들어 볼 수 있도록 ‘ZATURI’ 북과 재활용 플라스틱을 활용해 만든 니팅링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데요. 디자인도 예쁘고 콘텐츠 자체가 재미있어서 홀린 듯 구매해 자투리 실로 재미있는 아이템을 만들어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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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기분과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운동을 하나쯤 만드는 것이 평생의 목표이자 숙제인 사람입니다. 물론 의지박약 작심꾼답게 생각만 하고 별다른 노력은 하지 않습니다. 끈기만큼 운동신경도 없는 편이라 운동을 시작할 때면 평소보다 더 큰 용기와 각오를 필요로하는데요 그래서 보통은 시작하지 않는게 운동인데 어쩌다보니 '테니스'를 시작했습니다. 동네마다 하나씩은 있는 넓은 테니스장 그리고 편안한 복장으로 나와서 배드민턴 치듯 가볍게 테니스를 즐기는 사람들을 자주 보다보니 저도 모르게 마음의 벽이 허물어졌나봐요. 그동안 저에게 테니스는 진입장벽이 높은 어렵고 전문적인(?) 스포츠 중 하나였거든요. 가벼운 마음으로 테니스를 시작한지 1개월차. 일주일에 한 두번은 테니스 코트에 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포핸드도 제대로 못하고 뚝딱거리고 있습니다. 테니스를 치러 와서 왜 자꾸 장외 홈런을 날리는건지도 모르겠고요.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지만 그 때마다 남편은 '저 사람들 봐. 자세 제대로 안 나오는데 그냥 재미있게 치고 있잖아'라며 이 운동이 즐기기 위해 하는 일임을 일깨워줍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잘해야지만 즐길 수 있는 건 아니더라고요. (물론 잘하면 더 즐겁겠지만!) 가끔 제대로 받아치는 공이 짜릿하고 그 횟수가 지난 주보다 늘어나서 뿌듯합니다. 공을 받아치는 것보다 주으러 다니는 시간이 더 많지만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흠뻑 땀을 흘리고나면 개운하기도 하고 야외에서 하는 운동이다보니 확실히 기분전환도 되고요. 이거면 충분한 게 취미겠죠. 못한다는 좌절감 또는 못 해먹겠다는 운동신경질(?)은 잊고 지금 느낄 수 있는 재미에 집중하며 테니스를 즐겨보려합니다. 꾸준히 하다보면 언젠가는 옆 코트의 할머니 할아버지처럼 우리 부부도 근사한 랠리를 주고 받는 날이 오겠죠. 그럼 이번 주도 좌절하지 않고 즐겁게 공 치러 주으러 가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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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고잉물의 작당모의는 앞으로도 쭈욱 이어집니다.
다음 호로 알차게 채워 돌아올게요!
독자님의 의견을 기다립니다.
이번 고잉물을 읽고 좋았거나 아쉬웠던 점, 궁금하거나 고잉물이 잘 흘러갈 수 있도록 의견을 더해주고 싶다면 언제든지 환영! 더 발전하는 고잉물이 될 수 있도록 귀 기울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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