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 생각보다 빠른 시점에 이런 이야기를 전할줄은 몰랐지만(?) 이지 닥친 일에 어쩔 수 있나요. K 직장인 박씨와 최근 많은 변화를 맞이한 프리랜서 박씨의 매일이 호락호락하지 않네요.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우리네 인생인 만큼. 고잉물이 흘러가는 과정에 아주 작은 변수를 만나 재정비를 하고 있습니다.
계획한 4호의 이야기를 어설프게 마무리하는 것보다 조금 더 집중할 시간을 마련해 마무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판단에 긴급호를 결정했습니다. 소중한 고잉물 독자님들과의 약속을 헛되이 할 수는 없죠. 그래서 이번 긴급호는 고잉물을 준비하는 2주의 시간, K직장인 박씨가 어떻게 흘러가며 보냈는지 그 소소한 시간들을 공유합니다.
재미가 없다면 만들어야지
K직장인 박씨는 가장 무섭다는 노잼시기를 꽤 오래 보내고 있습니다. 그거 아시죠? 이 시기가 오래가면 더 무서운 다음 단계가 찾아온다는 것을. 노력해야만 내 시간을 아주 조금 확보할 수 있는 K 직장인이지만 없는 체력과 시간을 부지런히 모아 재미를 찾아보려 하고 있습니다. 노잼이 침범할 틈을 주면 안되니까요. 내향인이지만 집순이는 아닌 K직장인은 이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내가 힘들 때, 울 것 같을 때, 기운도 이젠 나지 않을 때 🎶
걷고
병원에서 무리해서 걷지 않을 것을 권한 이후, 빈도는 줄었지만 생각이 많을 때 생각을 비우기 위해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섭니다. 때로는 낙산공원, 때로는 창경궁까지, 또 어느 날은 남산 둘레길을 걸으며 생각을 비웁니다. 친구와 함께 걷는 날이면 쉴 새 없이 이야기를 하며 수다로 생각을 덮어버리곤 하죠. 계절에 따라 그날 떠오르는 메뉴에 따라 (먹는 게 빠지는 것은 곤란합니다.) 코스는 매번 달라집니다.
1. 낙산공원 - 나누미 떡볶이 or 호랑이 김밥 - 카페 2. 남산 둘레길 - 평양냉면 - 카페 제 행동반경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코스입니다만 많은 것을 하고 싶지 않을 때(?)는 저 정도 코스로 막연히 움직입니다. 3호를 준비하던 주말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남산공원 둘레길을 걸었습니다. 꽤 부지런히 움직였다고 우쭐하며 나섰지만 주말의 이른 아침에도 많은 사람들은 저마다 부지런한 하루를 시작하고 있더군요. 손과 입이 얼었던 남산 둘레길 한 바퀴였지만 밀린 수다와 둘레길 끝에 먹을 평양냉면을 생각하며 걷고 걸었습니다.
계절에 상관없이 평양냉면을 찾는 저는 필동면옥과 우래옥의 냉면을 참 좋아하는데요. 예상했던 것 보다 너무나 많이 둘레길을 걸었던 친구와 저는 최선의 동선을 위해 평양면옥을 향했습니다. 장충동에 위치한 평양면옥은 3대쨰 이어져 온 평양냉면 집입니다. 올해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도 선정되었는데요. 평양냉면이 유명하지만 꽤 많은 메뉴를 맛볼 수 있는 곳입니다. 평양식 손 만두는 물론 편육, 불고기, 어복쟁반, 제육까지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습니다. 평양냉면 집은 저마다 참 스타일이 다른데 평양면옥의 냉면은 조금 더 고기 육수의 향과 맛이 강합니다. 육향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또는 평양냉면 한번쯤 도전 해보고 싶지만 낯가림이 많다면 다양한 메뉴 옵션이 있는 평양면옥은 꽤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식사를 했다면 커피 한 잔을 즐겨야겠죠? 평양면옥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광희문 피어커피가 있습니다.
한남동에서 일하던 시절 점심시간이면 부지런히 피어커피까지 걸어가 커피 한잔하며 시간을 보내곤 하였는데요. 광희문에 이사를 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기회가 닿지 않아 방문하지 못했는데 이날은 자연스럽게 동선이 맞더라고요. 조용한 동네에 자리한 피어커피는 이전의 모습보다 따뜻한 공간으로 운영 되고 있었습니다. 피어커피에서 로스팅한 다양한 블렌드를 맛볼 수 있는데요. 고른 메뉴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도 해주신답니다. 저는 이날 커피 한 잔을 하고도 아쉬운 마음에 '쏠티 카라멜 판나코타'라는 바닐라 푸딩을 하나 더 해치웠는데요. 아낌없이 넣은 바닐라 빈과 단짠단짠의 카라멜 소스가 계속 떠올라 조만간 또 방문할 것 같습니다.
평양면옥 서울 중구 장충단로207
피어커피 광희문 서울 중구 청구로 123
보고
내 생각으로 가득 차 있을 때,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이야기로 덮어내는 일은 꽤 도움이 됩니다. 그 과정에서 얻는 영감은 덤이죠. 오는 3월 19일까지 한남동 알부스 갤러리에서는 노석미 작가의 개인전 <아침에 눈을 뜨면>을 전시합니다. 이번 전시로 이끌었던 것은 친구가 보내준 바로 '꽤 괜찮다 이야기하는 백합' 그림 때문인데요. 이 매력적인 백합으로 노석미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일러스트레이션과 문학책, 그림책, 페인팅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노석미 작가의 이번 전시는 새로 출간되는 <굿모닝 해님>과 <귀여워> 원작은 물론 작업 초기부터 지속되어 온 상직적인 연작들을 만나 볼 수 있는 전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그림들은 텍스트 페인팅이었는데요. 마치 초등학생 때 불조심 포스터를 연상케 하는 구성, 텍스트와 관련이 있기도 없기도 한 조합들이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출간된 <귀여워>의 원작들은 말 그대로 귀여워를 연신 내뱉게 하는 그림들로 세상 삭막해진 저에게 조금 더 세상을 귀엽게 바라본 팁을 알려준 느낌이었답니다.
호기심이 저를 조금 부지런하게 만들어 줍니다. 관심사 앞에서는 이상하게도 행동파가 되곤 하는 저. 제 마음속 로망 분재에 대해 배워보는 세미나가 있어 지난 주말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분재를 배우고 싶어 알아보면 거리가 멀어 엄두를 내지 못하거나, 원하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관심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솔직하게는 손에 들어온 식물들이 오래 살아남지 못해서가 가장 큰 이유지만요...) 그러던 중 언젠가 분재를 들여온다면 이곳에서 들여오리라 마음먹었던 녹사평의 우너프 분재샵에서 월마다 분재 세미나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어 한번 용기내 보았습니다.
분재에 대한 짧은 교육과 체험으로 진행되는 데요. 정말 사장님의 분재 사랑이 아니면 이끌고 나갈 수 없는 세미나더라고요. 분재가 무엇인지, 어떤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지 그저 화려하게 보이는 분재가 어떤 과정으로 탄생되는지 이야기를 듣고 또 나누고, 무엇보다도 흙과 나무 냄새를 맡으며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니 막연했던 호기심 해결은 물론 생각 비우기에도 좋은 취미가 될 것 같다는 확신을 더 하게되었어요. 조금 더 식물에 대한 자신감이 붙을 때 집에 있는 레고 분재 시리즈를 대체할 살아있는 분재를 들여오겠다 마음 먹었습니다. 물론, 제가 디자인한 분재를 들일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고요. 그 날을 기다려보며..!
*현재 우너프는 새단장을 하고 있습니다. 세미나 등의 정보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확인해보세요
물론 일상에 치여 아무것도 하기 싫고 보기 싫을 때도 많지만 근본적인 노잼은 재미있는 것을 찾는 것에서 극복이 된다고 생각해 부지런히 저를 굴려가고 있습니다. 이 노잼의 시기가 언제 끝날지 모르겠지만 부디 그 시점에는 제가 찾아낸 재미있는 무언가가 여러분에게도 재미를 줄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그러기 위해선 더 열심히 재미를 발굴해야겠네요😉